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고
서 있는 곳이 온통 진리로다
隨處作主 수처작주
立處皆眞 입처개진
-임제 선사의 말씀
어디를 가든지 주인이 된다?
버스를 타면 버스의 주인이 되고
목욕탕에 가면 목욕탕의 주인이 되라는 가르침입니다.
만약 내가 목욕탕의 주인이라면
사용하는 사람도 없이 흘러나오는 수돗물을 그냥 두겠습니까?
당연히 잠글 것입니다.
또 버스의 주인이 되면
운전기사가 조금 불친절하더라도 '아, 우리 식구가 정말로 힘들어하는구나' 할 것입니다.
곧 항상 남을 위하는 생각을 갖게 될 뿐, 남이 나를 위해주기를 바라는 생각에 빠져들지 않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주인이 되어 사는 삶인가?
우주 자연이 나의 주인이 되고
내가 우주 자연의 주인이 되는
불이(不二)의 삶이
수처작주의 삶입니다.
우리는 공기가 없으면
한 찰나도 살 수가 없습니다.
호흡을 통하여 우주 자연의 에너지인 공기를 넣어주기 때문에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우리는 대우주의 물 · 땅 · 태양열에너지 · 공기라는 네 가지 원소를 빌려 지금의 몸을 이루고 있고, 그 큰 지수화풍이 우리를 먹여 살려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입니까?
이 우주가 나요,
우주가 나를 살려주는 주인이며 고향 집입니다.
이렇듯 우주가 나의 집일진대,
가는 곳마다 내 집 아닌 데가 어디 있으며, 내가 주인 아닌 곳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나아가 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를 볼 때도 고마운 마음이 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언제나 나를 위해 맑은 공기를
만들어내고 있으니,
어찌 고맙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실로 우주 자연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낼 줄 아는 사람은
우주 자연이 '나'의 주인이 되고,
내가 우주 자연의 주인이 되며
나무 한 그루, 돌 하나, 부모, 형제,
주위의 이웃사람 하나하나가
'나'를 위해 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니,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지 않을 수 없고 어디를 가도 진리, 곧 도(道) 속에 있게 되는 것입니다.
- 혜국 스님《큰스님의 생활 법문》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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